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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더 스퀘어 – 예술, 도덕, 그리고 불편한 진실(이상과 현실 사이부터 네모 안과 밖의 우리 순으로)

by pearl0226 2025. 8. 17.

더 스퀘어 포스터
더 스퀘어 포스터

 

‘더 스퀘어(The Square, 2017)’는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연출한 스웨덴의 블랙 코미디 드라마로, 2017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현대 예술계와 부유한 문화 엘리트들의 위선을 날카롭게 풍자하며, 인간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은 스톡홀름 현대미술관의 관장 크리스티안(클래스 방)으로, 그는 ‘더 스퀘어’라는 새로운 전시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예술을 통해 사회적 연대와 신뢰를 이야기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의 사생활과 선택들은 이 이상적인 메시지와 점점 모순되며, 영화는 이 간극을 통해 인간 본성의 모순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더 스퀘어’

‘더 스퀘어’ 전시는 단순한 미술 작품이 아니라, 박물관 앞 광장에 설치된 네모난 구역입니다. 그 안에서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동등하게 대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신뢰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안은 이를 통해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이상을 보여주려 하지만, 정작 그의 일상 속 행동은 이 이상과 거리가 멉니다. 그는 소매치기를 당하자 직접 범인을 색출하려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협박 편지를 보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과 편견을 드러냅니다.

사적인 결함과 공적인 이미지

크리스티안은 지적인 매력과 사회적 지위를 갖춘 문화계 인물이지만, 그의 사생활은 엉망입니다. 그는 기자 앤(엘리자베스 모스)과 하룻밤을 보내고도 감정적 책임을 회피하며, 직장에서는 권위적인 태도를 유지합니다. 영화는 그가 ‘더 스퀘어’의 가치—평등, 연대, 신뢰—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이를 지키지 않는 모습을 통해, 이상적인 담론이 어떻게 현실에서 공허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위선은 단지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문화 엘리트 전체의 문제로 확장됩니다.

예술과 자극, 그리고 경계의 붕괴

영화 속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박물관 후원 행사에서 ‘원숭이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장면입니다. 배우 테리 노터리가 연기한 퍼포먼스 아티스트가 야생 원숭이의 행동을 재현하며, 관객을 점점 위협하는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 속에서 관망합니다. 이 장면은 ‘예술’이라는 명목 아래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 그리고 관객이 폭력과 불편함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해지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냅니다. 이는 단지 예술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폭력과 부조리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미디어와 자극적인 마케팅

크리스티안의 박물관은 전시 홍보를 위해 자극적인 바이럴 영상을 제작합니다. ‘더 스퀘어’ 안에 한 노숙자 소녀가 폭발에 휘말리는 영상이 공개되자, 대중은 경악하고 거센 비난이 쏟아집니다. 이 논란은 예술적 의도와 상업적 마케팅의 경계가 얼마나 모호해졌는지, 그리고 예술이 자극적 소비재로 변질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크리스티안은 결국 사과 기자회견을 하게 되지만, 이는 진심 어린 반성이 아닌 이미지 관리 차원의 행동에 불과합니다.

무고한 사람에게 사과하기

영화 후반부, 크리스티안은 소매치기 사건 당시 협박 편지를 보냈던 무고한 가족을 찾아 사과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불편하고 서툽니다. 그는 사과를 전하려 해도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이 초래한 결과를 온전히 책임지지 못합니다. 이 장면은 개인이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영화 전반의 ‘책임’이라는 주제를 다시 환기시킵니다.

풍자와 불편함의 힘

‘더 스퀘어’는 전형적인 기승전결 구조의 드라마가 아니라, 여러 에피소드와 상징적 장면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유머와 불편함을 동시에 사용하여 관객을 긴장시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예술, 권력, 미디어, 도덕성에 대한 풍자는 날카롭지만,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고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마무리 – 네모 안과 밖의 우리

‘더 스퀘어’의 마지막에서 크리스티안은 결국 관장직을 사임합니다. 하지만 그의 사임이 진정한 성찰의 결과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미지 관리인지 영화는 명확히 말하지 않습니다. ‘더 스퀘어’라는 네모난 공간은 끝까지 하나의 실험이자 은유로 남습니다. 이상은 단순히 선포한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개인이 일상에서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위선과 모순을 날카롭게 드러내며, 관객이 불편함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듭니다. 우리가 ‘네모 안’에서 말하는 가치가, 과연 ‘네모 밖’에서도 지켜지고 있는가? 이 질문이 바로 영화가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