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1960년대 미국 전역을 뒤흔든 실존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이야기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19세 이전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수표 사기, 조종사·의사·변호사로 신분을 속이며 FBI를 농락한 ‘천재 사기꾼’과 그를 집요하게 쫓는 요원의 추격전이 중심 서사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행크스의 연기 호흡, 경쾌한 리듬, 그리고 유머와 드라마를 오가는 완급 조절이 어우러져, 범죄극이자 성장담, 그리고 부성애 이야기로까지 확장된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닙니다. 스필버그는 화려한 범행 장면과 긴박한 추격전 속에, 한 소년의 외로움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았습니다. ‘왜’ 그는 그렇게까지 속이고 달아났는가—영화는 그 질문에 답하며, 관객을 범죄자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입니다.
소년의 탈출 – 가족의 붕괴에서 시작된 사기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부유하진 않지만, 아버지 프랭크 시니어(크리스토퍼 워컨)의 재치와 따뜻함 속에서 자랍니다. 그러나 세금 문제와 경제적 몰락, 그리고 부모의 이혼이 그의 세계를 무너뜨립니다. 더 이상 학교에도, 집에도 머물고 싶지 않았던 그는 가출을 선택하고, 살아남기 위해 ‘속임수’를 본능적으로 익히기 시작합니다.
그의 첫 사기는 단순한 교복 위장과 수표 위조였지만, 곧 기발한 아이디어와 관찰력, 그리고 대담한 행동력으로 스케일을 키웁니다. 영화는 이 시기를 빠른 편집과 재치 있는 대사로 그려내며, 관객이 범행을 ‘재미있다’고 느끼게 하면서도 그 밑바닥에 깔린 고독을 잊지 않게 합니다.
변장의 달인 – 하늘, 병원, 법정까지
프랭크의 범행은 상상 이상입니다. 그는 항공사 조종사로 위장해 무료 비행과 신뢰를 얻고, 의사 가운을 입고 병원을 지휘하며, 심지어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속여 법률 사무소까지 잠입합니다. 이런 대담한 위장은 치밀한 관찰, 세밀한 위조,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를 매료시키는 언변 덕분이었습니다.
영화는 각 변장의 과정과 실행을 ‘범죄의 기술’처럼 흥미롭게 보여주지만, 동시에 점점 더 커져가는 위험과 불안도 함께 쌓아갑니다. 프랭크가 웃고 있어도, 관객은 그 웃음 뒤에 있는 외로움과 불안정한 미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집요한 추격자 – 칼 핸러티 요원의 그림자
FBI 요원 칼 핸러티(톰 행크스)는 프랭크의 사기 행각을 처음 접했을 때, 그저 또 한 명의 금융 사기범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추적이 길어질수록 그는 프랭크가 보통 범죄자가 아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이어지는 두 사람의 전화 통화는, 쫓고 쫓기는 관계를 넘어선 묘한 유대감을 형성합니다.
칼은 점차 프랭크를 체포하는 것이 단순한 임무가 아니라, 길 잃은 소년을 ‘돌려놓는’ 사명처럼 느껴집니다. 영화는 범죄자와 수사관이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합니다.
결말 – 도망의 끝, 새로운 시작
결국 프랭크는 유럽에서 체포돼 미국으로 송환됩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위조 실력과 금융 지식은 FBI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형량을 줄이는 조건으로 FBI 수표 위조 수사팀에서 일하게 되고, 범죄자가 아닌 전문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실제 프랭크 애버그네일은 이후 금융 보안 분야의 권위자가 되어, 자신이 저질렀던 기술을 ‘범죄 방지’에 쓰게 됩니다. 영화는 이를 통해, 잘못된 선택이라도 그것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유쾌함 속의 쓸쓸함 – 스필버그의 시선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경쾌한 음악과 빠른 전개, 위트 넘치는 범죄 장면들로 가득하지만, 스필버그는 결코 주인공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프랭크는 천재적이었지만, 그 모든 도망의 이유가 ‘가족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음을 영화는 반복해서 상기시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이자 ‘가족 드라마’입니다. 아무리 많은 신분을 바꾸고 거짓을 쌓아도, 그가 진짜로 원한 것은 어린 시절의 평범한 행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쫓던 FBI 요원이었습니다.
거짓과 진심의 경계에서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관객에게 묻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진심을 숨기기 위해 거짓을 선택하는가?” 프랭크의 이야기는 화려한 거짓말이 잠시 세상을 속일 수는 있어도, 결국 사람을 구하는 것은 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극 속에 담긴 유머, 드라마, 그리고 성장의 기록—이 영화는 한 소년의 범죄 행각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는 본질적인 주제를 다루는, 스필버그다운 따뜻한 범죄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