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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리뷰] 좀비 딸 – 아빠의 조련, 세상 마지막 좀비의 성장기(맹수 조련사 아빠와 마지막 좀비가 된 딸부터 다정한 명령 순으로)

by pearl0226 2025. 8. 19.

미니어처풍으로 재해석한 좀비 딸 장면 by pearl's review
미니어처풍으로 재해석한 좀비 딸 장면 by pearl's review

 

‘좀비 딸(2025)’은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정석·이정은·조여정·윤경호·최유리까지 탄탄한 라인업이 합세한 웹툰 원작 좀비 패밀리 무비입니다. 배급은 NEW, 원작은 네이버웹툰 ‘좀비딸’(이윤창)으로, 영화는 7월 30일 국내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정상을 밟았습니다. “좀비물인데 왜 이렇게 따뜻하지?”라는 첫인상을 남기는 작품으로, 장르의 틀을 비틀어 가족 드라마의 온도를 살려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줄거리 – ‘맹수 조련사’ 아빠와 마지막 좀비가 된 딸

호랑이 조련사 ‘정환’(조정석)은 사춘기 딸 ‘수아’(최유리)와 티격태격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냅니다. 어느 날 전 세계를 휩쓰는 감염 사태 속에서 수아가 ‘세상에 남은 마지막 좀비’가 되고, 정환은 딸을 지키려 외가가 있는 바닷가 마을로 피신합니다. 인간과 좀비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수아는 좋아하던 음악과 춤, 그리고 할머니 ‘밤순’(이정은) 앞에서 조금씩 반응을 보이죠. 정환은 “조련사의 본업”을 총동원해, 물어뜯는 대신 살아보는 법을 딸에게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웃음과 눈물, 소동과 소란이 교차하는 이 여정은 결국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장르 비틀기 – 좀비물에 ‘훈련물’과 ‘성장담’을 섞다

‘좀비를 훈련한다’는 발상은 코미디의 동력을 만들고, 동시에 수아의 반응이 조금씩 ‘인간 쪽’으로 기울 때마다 관객의 감정선도 깊어집니다. 영화는 공포나 고어 대신 관계의 긴장을 전면에 세웁니다. 아빠의 집착과 두려움, 딸의 본능과 기억 사이의 간극이 서사의 핵심인데, 이 간극을 좁혀가는 과정이 곧 성장담이 됩니다. 마지막엔 “좀비와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라는 테마가 분명해지며, 표면적 장르 쾌감 뒤에 착착 남는 여운을 남깁니다. 감독이 밝힌 기획의도 또한 그 지점과 맞닿아 있죠.

연기 – 조정석의 생활형 액션, 최유리의 ‘표정 연기’가 만든 설득력

조정석은 ‘딸바보’와 ‘생존자’의 얼굴을 번갈아 쓰며 리듬을 이끕니다. 생활밀착형 액션과 타이밍 좋은 대사 처리가 특기. 반면 최유리는 특수분장과 몸짓으로 절제된 감정을 표현해 ‘무서움’과 ‘짠함’을 동시 소환합니다. 특히 눈동자와 턱선의 미세한 움직임이 캐릭터의 ‘경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죠. 이정은은 특유의 생활감으로 서사를 단단히 붙잡습니다. 원작자 이윤창의 카메오와 현장 참여 비화도 팬들에겐 즐거운 포인트.

음악·연출 – 보아 ‘No.1’이 울리면,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OST로 쓰인 보아의 ‘No.1’, 2NE1의 ‘내가 제일 잘 나가’는 영화의 톤을 결정짓는 결정적 장치입니다. 듣는 순간 관객의 체온을 끌어올리고, 수아의 ‘반응’을 음악적으로 번역해주는 역할을 하죠. 필감성 감독이 직접 선곡 이유를 밝힌 만큼, 곡 배치가 장면 감정과 정확히 맞물립니다. 리듬이 살아나는 순간, 영화의 고유한 ‘온기’도 함께 올라옵니다.

각색 포인트 – 원작의 결을 살리고, 결말을 조정하다

웹툰의 핵심 정서(가족·돌봄·선 긋기의 어려움)를 유지하되, 영화는 스크린 문법에 맞게 후반을 정리합니다. 원작과는 다른 결말 운용이 감정의 낙차를 키웠다는 평가도 다수. 결과적으로 ‘웹툰 원작 영화’의 모범 사례로 호명될 만한 완급 조절입니다. 

현장 감각 – 특수분장·현장 톤이 만든 ‘따뜻한 리얼’

과장된 CG보다 배우의 움직임, 분장, 소품(등 긁개 같은 생활 물건들)을 앞세운 선택이 영화의 ‘리얼함’을 살립니다. 좀비 장르의 음습함 대신 햇볕과 바람, 바닷가 질감을 가져오니, 스크린 위 공기가 밝아지고 캐릭터 감정도 또렷해집니다. 덕분에 웃음 장면은 더 크게 터지고, 위기 상황은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분장·현장 비하인드는 여러 매체에서 꾸준히 화제가 됐죠.) 

흥행 – 올여름 극장가의 ‘온기’

개봉 직후 예매·일일관객 신기록을 세우며 흥행에 불을 붙였고, 8월 중순 기준 400만 관객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영화 흥행이 주춤했던 최근 분위기에서 가족 관람층까지 폭넓게 끌어안은 사례로 기록될 듯합니다.

아쉬운 점 – 익숙한 국면, 짧게 스쳐가는 인물들

감염·추적 국면은 장르 관습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중반부 전개가 다소 예측 가능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조여정·윤경호 등 조연 캐릭터의 사연이 좀 더 깊게 파고들었다면, 메시지의 다면성이 한층 강해졌을 겁니다. 다만 영화의 선택(가족 드라마 중심)은 일관되고, 이 선택 덕에 정환-수아의 감정선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마무리 – “물어뜯는 대신 살아보자”라는 다정한 명령

‘좀비 딸’은 공포 대신 다정함을, 절망 대신 훈련을 가져와 장르의 방향을 비튼 영화입니다. 조정석의 생활감, 최유리의 물성 있는 연기, 이정은의 인심 좋은 무게감, 그리고 귀에 착 붙는 선곡까지. 여름에 보기 딱 좋은 “웃프고 따뜻한” 가족 영화로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 별점은 ★★★★☆.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극장에서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