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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리뷰] 포드 V 페라리 – 속도와 집념이 빚어낸 전설의 레이스(르망을 향한 도전부터 속도 너머의 인간 이야기 순으로)

by pearl0226 2025. 8. 14.

포드 V 페라리 포스터
포드 V 페라리 포스터

 

‘포드 V 페라리(Ford v Ferrari, 2019)’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레이싱 드라마로, 1960년대 르망 24시 내구 레이스를 무대로 자동차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경쟁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맷 데이먼이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를, 크리스천 베일이 전설적인 드라이버 켄 마일스를 맡아 열연하며, 엔진 소리와 타이어 마찰음, 그리고 매 순간이 위태로운 레이스 장면은 보는 이의 심장을 쥐고 흔듭니다. 단순한 ‘자동차 영화’가 아니라, 꿈·자존심·우정이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려는 인간의 불굴의 의지를 그려낸 작품입니다.

르망을 향한 도전, 불가능을 향한 설계

1960년대 초, 페라리는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무적의 왕좌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에 맞서 포드사는 스포츠카 시장 진출을 위해 페라리 인수를 시도하지만 협상이 결렬되자, 오히려 직접 그들을 꺾겠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 프로젝트를 맡은 인물이 바로 전직 르망 우승자이자 자동차 설계자 캐롤 셸비입니다. 그는 독창적인 설계와 레이싱 감각을 지닌 영국 출신 드라이버 켄 마일스를 영입해, 포드 GT40이라는 전혀 새로운 머신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도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속도·내구성·전략·인간관계까지 모든 변수를 극복해야 하는 치열한 전쟁이었습니다.

트랙 위의 천재, 켄 마일스의 질주

켄 마일스는 누구보다 빠르고 차를 깊이 이해하는 드라이버였지만, 거침없는 성격과 솔직함 때문에 기업 이미지와 부딪히는 인물이었습니다. 영화는 그의 가족—특히 아들 피터와의 따뜻한 관계를 통해, 단순히 ‘속도의 악마’가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레이스 장면에서 그는 트랙의 미세한 조건까지 읽어내며, 기계와 하나가 되는 듯한 주행을 펼칩니다. 관객은 그의 핸들링과 엔진 사운드를 통해, 레이싱이 단순히 속도를 겨루는 게임이 아니라 전략과 감각이 어우러진 ‘예술’임을 체감하게 됩니다.

기업의 자존심과 인간의 신념

포드 본사의 경영진은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을 중시하며, 때로는 레이스 팀의 전략과도 충돌합니다. 켄 마일스를 르망 무대에서 제외하려는 압력, 완벽한 성능보다 ‘보여주기식’ 이벤트를 우선하는 경영 판단 등은 레이스의 본질을 흐립니다. 하지만 셸비는 끝까지 마일스를 믿고, 진정한 승리를 위해 그를 밀어붙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대립을 통해 ‘기록과 명예를 위한 경쟁’과 ‘이익과 체면을 위한 경쟁’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르망 24시, 전설의 결전

1966년 르망 대회에서 GT40은 페라리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극한의 속도와 혹독한 날씨, 밤낮 없이 이어지는 주행 속에서 마일스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압도적인 우위를 점합니다. 그러나 경영진의 ‘포드 1-2-3 동시 골인’ 전략으로 인해 그는 속도를 늦추고 동료들과 함께 결승선을 통과합니다. 이로 인해 공식 우승자는 다른 팀으로 기록되지만, 마일스의 실질적인 승리와 그의 주행은 역사에 길이 남습니다. 그 순간, 영화는 진정한 승부의 의미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승리와 상실, 그리고 잊히지 않는 이름

르망 이후 마일스는 차세대 GT 테스트 주행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영화는 그의 죽음을 과장하지 않고, 아들 피터와 셸비의 깊은 침묵 속에서 잔잔하게 담아냅니다. 그는 공식 기록보다 더 큰 전설이 되었고, 셸비와의 우정, 그리고 트랙 위에서 보여준 순수한 열정은 오랫동안 회자됩니다. 영화는 여기서, 진정한 챔피언은 반드시 트로피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마무리 – 속도 너머의 인간 이야기

‘포드 V 페라리’는 단순히 자동차 기술의 진보나 스포츠 경기의 긴장감을 그린 작품이 아닙니다. 꿈을 향한 도전, 동료를 향한 믿음, 그리고 기업 논리와 개인 신념이 부딪힐 때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제임스 맨골드의 연출은 레이싱의 박진감과 인물의 감정을 절묘하게 병치시키며, 크리스천 베일과 맷 데이먼의 연기는 그 중심을 단단히 붙잡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묻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그 답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함께 달린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기 위한 것입니다.